‘하나 더’ 끼워주기 시장 혼란만 초래

경향신문에서 퍼온 글입니다.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307291938261&code=210000

= ［기획］업계 판촉행사 출혈경쟁 극심 =

가전 중 시장에서 가격이 가장 혼란한 제품은 에어컨과 김치냉장고이다.

혼란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에어컨이나 양문형냉장고 등을 구입할 때 김치냉장고를 끼워주는 판촉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치면서 시작됐다.

에어컨 또는 양문형냉장고를 판매할 때 삼성전자는 71ℓ짜리, LG전자는 95ℓ짜리 김치냉장고를 덤으로 준다. 30만~50만원대에 이르는 사은품용 김치냉장고의 값을 빼면, 에어컨은 제조원가의 60% 수준에서 파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제조원가는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나왔을 때의 가격으로, 운반비나 판매원의 임금이 포함된 판매원가 이전의 값이다. 지난해 1백30만원대에 판매된 한 회사의 12평형 에어컨은 올해 김치냉장고를 얹어주면서도 비슷한 값에 팔리고 있다. ‘사은품’을 빼면 에어컨 값이 60만~7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일단 물건을 팔고보자는 식의 출혈경쟁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은품으로 주는 김치냉장고는 크기가 시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용량(130ℓ 이상)보다 작은 데다 보관과 숙성 기능 중 보관만 가능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덤으로 주는 제품인 만큼 제조원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용량과 기능을 단순화하고 하청업체에 주문생산하기도 한다. 결국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로서는 생활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 사은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 주도의 끼워팔기로 김치냉장고가 사은품으로 전락하면서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다른 가전업체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주력상품이 경쟁사의 사은품 수준으로 공급되는 데다 똑같이 할인이나 사은품 경쟁을 벌일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하자 판매가 갈수록 줄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기업의 속성상 출혈경쟁으로 본 손해를 보충하기 위해 신제품 값을 높이거나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는 식의 연쇄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값이 싸니까 소비자로서는 좋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그 대가를 언젠가는 치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임영주기자〉
최종 편집: 2003년 07월 29일 19:38:26